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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 빗길 자전거 자빠링 사고 후기 달리고

이 포스팅은 빗길 자전거 출근 길에 일어난 사고를 정리한 글입니다.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고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정리하여 앞으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자전거를 즐기시는 모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비가 내렸지만 출근 감행

2010년 5월 26일 수요일. 며칠간 주구장창 내린 비 때문에 자전거 대신 출근버스를 타서인지 몸이 근질근질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자마자 대문을 열고 날씨를 확인하니 밤새 비가 내렸는지 바닥이 다 젖어있었지만 더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아 자전거로 출근하기로 마음먹는다. 오랜만에 타이어에 공기를 120psi까지 가득 채우고 라이딩 복장으로 갈아 입은 후 밤새 젖먹이 아들에게 시달린 아내에게 짧은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15분 쯤을 달려 탄천 수내교 앞에 도착하니 롹책임님과 뫙선임님이 곧 나타났다. 뫙선임님이 새로 구입한 6.5kg도 채 안나가는 스캇 자전거를 시승해본다. 단 몇 분의 짧은 시승이었지만 스램 레드의 깔끔한 기어 변속과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카본 프레임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길이 좀 미끄러운데?

탄천 자전거도로는 비로 다 젖어 역시나 미끄럽다. 낮은 둔턱을 지날 때 마다 빗물이 등 뒤로 튀어 시원하다. 일행을 앞서 앞서가는 MTB를 한 두 대씩 지나쳐간다. 평속은 33km/h 정도. 뒤를 돌아보니 MTB에 슬릭 타이어를 낀 분이 자세를 낮게 하고 잘 따라온다. MTB 타고 대단하시네 란 생각을 하며 태평역 즈음에 나오는 축구운동장 옆 90도 커브를 지나는데 뒷바큇가 찌익 미끄러진다. 급히 핸들을 바로잡아 쓰러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 때 정신 차렸어야 했다. 얼마 전 휠셋을 샤말 울트라로 바꾸면서 따라온 본트레거 타이어는 전에 쓰던 빅토리아 루비노 타이어 보다 훨씬 미끄러운 재질이었고 공기압도 빵빵했고 무엇보다 빗길에 속도내지 말고 안전운행 해야 된다는 걸 까맣게 잊은채로 열심히 페달링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속도 좀 내 볼까? 앗!

성남비행장 옆 직선 주로. 뒤를 돌아보니 내 바로 뒤에서 열심히 피를 빨고 있는 MTB 라이더 분. 일행은 보이지 않는다. MTB를 앞으로 보내고 일행을 기다릴까, 그냥 속도를 내서 먼저 회사에 도착할까 고민하다가 속도를 내기로 결정한다. 다리에 힘을 줘 시속 40km로 속도를 올리니 MTB 라이더 분과 거리가 벌어진다. 조금 더 거리를 벌릴 요량으로 안장에서 일어나 댄싱을 시도하는 찰나. 순식간에 앞바퀴가 미끄러지며 시야가 흐트러진다. 약 1초도 되지 않을 짧은 시간. 댄싱으로 왼쪽 다리에 힘이 쏠리는 순간 앞바퀴가 미끄러지며 핸들이 우측으로 30도 이상 꺾여버렸고 40km/h 이상의 속도로 달리던 자전거는 그 관성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공중으로 튀어오른 뒤 정점에서 거꾸로 나를 짖누르며 함께 떨어졌다. 떨어지며 좌측 엉덩이 윗쪽에 충격이 집중된 후 머리가 바닥에 부딪혔다. 다행히 머리보다 헬맷이 먼저 바닥에 부딪히며 충격을 모두 흡수한다. 꽤 큰 충격이었는데 머리에 아무런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것을 느끼며 내 목숨과 헬맷의 목숨이 맞바뀌어진 것을 깨닫는다. 클릿신발 때문에 자전거와 나는 끝까지 결합된 채로 도로 옆 흙길로 미끄러져 갔고 허리 쪽에 숨도 못 쉴 정도의 고통이 급습해 그 자리에서 엉덩이를 부여잡고 일어나지 못한 채로 한참을 있었다.

 

콜밴으로 사고 수습

내 뒤를 바로 쫒아오던 MTB 라이더 분이 놀라서 멈췄다. 자기 때문에 그렇다는 듯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어떻게 보면 사고나기 직전 거리를 벌려서 나 혼자 다쳤지 바로 뒤를 쫒아오던 상태로 내가 미끄러졌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곧바로 뒤에 오시면 라이더 2분이 사고 현장에서 멈춰 괜찮냐고 안부를 물어오고 이어 롹책임님과 뫙선임님이 도착해 사고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뒤에 오시던 분의 말에 의하면 공중에서 뒤집어져 엉덩이로 떨어진 후 머리가 바닥에 부딪혔다고 한다. 헬멧을 살펴보니 역시나 후방에 두 군데 크랙이 가있었고 고글의 도수클립과 노란색 렌즈도 충격에 모두 분리되어 있었다. 배낭에서 떨어진 CO2 인플레이터와 짐들을 챙기고 5분 쯤 누워있었을까. 롹책임님이 119 구급차를 부르자고 했지만 정신은 말짱한지라 콜택시를 부르자고 하고 탄천 옆 도로까지 이동하려 몸을 일으켰다. 서는 데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 걸으려하니 좌측 사타구니에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어서 걸을 수가 없다. 자전거 안장에 의지한 채로 한 발 한 발을 어렵게 움직여 차도까지 이동하고 그곳에서 롹책임님과 뫙선임님 덕분에 친절한 콜밴 기사님과 만나 일단 집으로 향했다.

 

친절했던 분당 서울대병원 응급실

집에 도착해 아내에게 전화로 자전거를 챙기게 하고 나는 그대도 분당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콜밴 요금은 성남비행장부터 용인 수지집까지 3만원, 응급실까지 1만원 추가,총 4만원을 지불했다. 돈이 좀 아깝지만 돈이 문제냐 일단 몸이 성해야지.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내리자마자 휠체어에 앉으니 직원분이 응급실까지 휠체어를 밀어주며 대신 수속을 밟아주신다. 외상처치실 앞에서 5분쯤 기다리니 어떤 분이 팔, 다리, 엉덩이에 까진 부분을 사진으로 찍고 알콜솜으로 소독한 뒤 응급처치킷을 뜯어 스폰지처럼 생긴 거즈로 상처를 가려줬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스폰지처럼 생긴게 메디폼이라고 흉터를 남지 않게 하고 진물을 빨아들이는데 아주 좋다고 한다. 물론 가격도 매우 고가로 10cm * 10cm 하나가 몇 천원씩 했다. 진통 부위를 이야기하고 X-ray를 찍었는데 일단 사진 상으로 보이기는 뼈에 이상은 없는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걸을 수가 없는 상황이니 일단 상황을 두고보자고 하며응급실 침대에서 안정을 취하게 되었다.

 

심해지는 고통

진통제 처방을 받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골반뼈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이런 종류의 고통은 처음이었는데, 두통이 아주 심할 때 머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골이 흔들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이 머리 대신 골반을 휘감고 있었다. 좌측 엉덩이는 동통으로 만지거나 몸을 뒤척일 수 조차 없고 그대로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몇 가지 검사를 더 거쳐 좌측 대둔근 근육파열과 좌측 고관절 인대손상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어 수술을 해야할 정도는 아니지만 물리치료를 받으며 고통이 덜 해질 때까지 안정을 취하라고했다. 회사 출근은 어떻게 해야 고민은 했지만 일단 걸을 수도 없고 진통이 있는 상황에서 출근해봤자 일도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자 회복에 중점을 두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퇴원 후 몸조리

병원에서 이틀간의 무료한 시간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젖먹이 민표를 뒤로 하고 아내가 병원에서 병수발을 들 것도 아니고 병원에 있어봤자 물리치료 빨리 받는거 말고는 좋을 게 없어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몸은 엄청난 회복력으로 조금씩 기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당일은 괜찮았는데 하루가 지나자 온 몸에 근육통이 생겨 고생도 하고 생긴지도 몰랐던 멍들이 온 몸에 생겨 놀라기도 했다. 아직 목발이 없으면 혼자 걸어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 정도 회복력이면 금방 걷게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입고 있었던 져지와 바지는고 작은 구멍이 뚫려 쓰리기통에 던져졌다. 마음 같아서는 자전거도 바꿔버리고 싶은데 돈도 없고 살펴보니 레버 쪽에 기스 조금 생기고 다 괜찮다. 모든 충격을 자전거 대신 내가받았으니 그럴 수 밖에.

 

자전거는 운동일 뿐 목숨 걸지 말자

이로써 자전거 사고가 두번째다. 첫번째는 작년 여름 MTB 타고 비오는 아침에 넘어져 얼굴과 손 깨진 거고, 두번째가 이 사고다. 공교롭게도 둘 다 빗길 아침 탄천에서였다. 앞으로빗길 주행은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며, 누군가를 따라 붙지 않고 누가 뒤에 붙으면 먼저 보낸 후 천천히 다니려 한다. 건강을 위해 타는 자전거가 한 순간 사고로 건강을 헤치게 된다면 그 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으리라. 화천 대회를 앞두고 훈련일지까지 써가며 열심히 자전거를 탔는데 막상 이렇게 사고를 내고 보니 무리하지 말고 기분 좋게 오래 자전거를 타는게 남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취미는 취미로, 건강하게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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